[칼럼]무릎 관절의 소리 없는 암살자 ‘원판형 반월상연골판’

도움말: 은승표코리아정형외과 은승표 원장

▲ 은승표코리아정형외과 은승표 원장 

십자인대 파열, 연골 손상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지만, 많은 선수들의 운동 수명을 단축시키는 치명적인 부상이  있다. 바로 무릎 반월상연골판의 ‘원판형 기형’이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 관절의 마주치는 두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마치 반달처럼 중앙이 비어있는 형태라서 ‘반월상연골판’, ‘반월판’이라 불린다.


이 덕에 사람의 무릎 관절은 기계와는 달리 평생 운동을 해도 마모를 일으키지 않고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꼬들꼬들한 질감의 섬유연골이기때문에 운동 중 파열되기도 하고, 퇴행성 변화가 빨리 시작되는 조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구의 5~10% 사람들은 이 반월상연골판에 선천적인 기형을 갖고 있다.

중앙이 비어있지 않고 보름달처럼 생겨서 '원판형'이라고 부르는데, 정상보다 두껍고 큰 연골판 형태라 필요없는 곳에 과부하가 걸려서 쉽게 손상을 받는다. 하지만 큰 외상이 없이 서서히 마모되는 식으로 진행되고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조기 진단이 어렵다.

원판형 반월상연골판을 지닌 사람들은 평소에 ‘무릎이 약하다’, ‘소리가 난다’ 등의 표현을 하는 정도이다. 이미 증상이 심해져서 병원에 내원했을 때는 파열되어 흘러나온 관절액이 무릎 바깥쪽으로 만져지는 물혹을 형성하는 등 악화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운동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없어서, 잘 뛰던 선수가 크게 다친 적도 없이 무릎이 좀 아파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봤는데, 선천적인 기형과 함께 연골판이 손상받아 수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보니 진단이 내려지더라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술을 피하는 환자들도 많다. 노년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공관절을 하게되는 환자들 중에는 원판형 반월상연골판 문제를 방치하고 세월을 보낸 경우가 상당수다.

자연치유가 안 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파열로 진단내려지면 수술 밖에는 치료 방법이 없다. 관절경으로 찢어진 연골판의 일부를 절제해야 하는데, 적시에 시행하면 결과는 좋지만 통상적인 관절경 수술보다 구멍을 하나 더 뚫어야 하는 등 술기가 까다롭다.

조심해야 할 것은 원판형은 일반 연골판과는 달라서 봉합하더라도 붙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점이다. 간혹 살려보겠다고 시행한 봉합 수술로 인해 그나마 살릴 수 있는 부분도 희생하게 되므로, 집도의의 판단과 술기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많다.

원판형 반월상연골판 파열은 초기 증상이 심하지 않고 진찰만으로 확진이 어려운 ‘침묵의 암살자’와 같은 부상이다. 완전 파열이 아닌 경우, 수술 대상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하며, 원인 미상의 무릎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병원을 방문해 초음파, MRI 등의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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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