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의 기둥인 척추와 하체를 연결하며 체중을 지탱하는 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견고한 관절 중 하나이다. 보행과 직립 부동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이 관절은 '침묵의 관절'이라 불릴 만큼 손상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뚜렷한 통증을 내비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코 선택하는 수면 자세, 특히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장기적으로 고관절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염증을 유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옆으로 누운 자세는 골반과 무릎의 위치 관계를 왜곡시키기 쉽다. 위쪽에 위치한 다리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처지면서 고관절이 안쪽으로 과도하게 회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관절 주위의 근육과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긴장하게 된다. 특히 대퇴골 외측에 위치한 점액낭에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지면 '고관절 점액낭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골반 주위의 뻐근한 통증과 보행 시 불편함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또한, 한쪽으로만 누워 자는 습관은 골반의 비대칭을 유발하여 척추 측만이나 허리 통증으로까지 이어지는 연쇄적인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고관절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수면 자세는 천장을 보고 바르게 누워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고착되었다면, 양 무릎 사이에 적당한 두께의 베개나 쿠션을 끼워 다리가 수평을 유지하도록 보조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는 고관절의 과도한 내회전을 방지하고 골반의 수평을 유지해 주어 관절에 가해지는 물리적 압박을 현저히 줄여준다. 또한, 너무 부드러운 매트리스보다는 신체를 적절히 받쳐주는 탄성 있는 잠자리를 선택하는 것이 관절의 정렬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일상에서의 관리 또한 수면 자세만큼이나 중요하다. 장시간 다리를 꼬고 앉거나 양반다리를 하는 습관은 고관절 내 압력을 높여 연골 손상을 가속화하므로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대신 고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브릿지 운동'이나 '이상근 스트레칭'을 꾸준히 병행하여 관절의 가동 범위를 확보하고 유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관절 주위 근육이 튼튼해지면 관절이 받는 충격을 근육이 대신 흡수해 주어 퇴행성 변화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관절 질환은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인공관절 수술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지에 직면할 확률이 높다. 양반다리를 했을 때 사타구니 부근이 찌릿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골반 옆쪽에서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는 이미 고관절이 보내는 구조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통증이 발생했을 때 이를 단순히 노화의 과정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자신의 생활 습관과 수면 환경을 점검하는 세심한 자세가 요구된다.
매일 밤 우리가 취하는 자세는 수년 뒤 우리 몸의 형태와 건강을 결정짓는 소리 없는 설계도와 같다. 고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올바른 수면 자세와 규칙적인 관리를 통해 관절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밤 무심코 옆으로 눕기 전, 당신의 고관절을 위해 무릎 사이에 베개 하나를 놓아주는 작은 배려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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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