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변 시 항문에 날카롭고 찢어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선홍빛 피가 묻어 나온다면 많은 이들이 당혹감을 느낀다. 흔히 항문 질환이라고 하면 치질(치핵)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증상은 항문 입구에서 안쪽 치상선에 이르는 부위가 실제로 찢어지는 ‘치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장과 항문 질환은 현대인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인 만큼, 증상이 느껴진다면 방치하지 말고 즉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치열의 주된 원인은 배출되지 못하고 장 속에 머물며 크고 딱딱해진 대변이다. 이 단단한 변이 항문관을 통과하면서 약한 점막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통증의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 잠시 따끔거리는 수준에 그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배변 후 몇 시간 동안이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통증 때문에 배변을 참게 되면서 발생한다. 변을 참으면 변비가 더욱 심해지고, 이로 인해 더 단단해진 변이 다시 항문에 상처를 내는 ‘고통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화장실에 가는 것 자체가 공포가 되고, 결국 만성 치열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치열은 전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유독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2배 정도 많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10대와 20대 젊은 여성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항문 구조상 괄약근의 지지력이 약한 편인 데다, 무리한 다이어트나 임신 등의 영향으로 변비를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항문의 후방 부위는 해부학적으로 혈액 순환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고 손상에 취약한 구조여서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다행히 발생한 지 1개월 미만인 ‘급성 치열’ 단계라면 수술 없이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변 완화제를 복용하거나 연고를 바르는 것, 그리고 고섬유질 식단 관리와 온수 좌욕 같은 보존적 치료를 1~2주 정도 병행하면 대부분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되거나 상처 부위에 피부 돌기가 형성된 ‘만성 치열’ 상태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내괄약근을 살짝 절개하여 좁아진 항문을 넓혀주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통해 항문의 탄력성을 회복할 수 있다. 수술 후 회복 기간도 1~2주 내외로 빠른 편이지만, 만약 궤양이 심하게 악화된 상태라면 정상 피부를 옮겨 심는 피부판 이식술이 필요할 수도 있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열 수술은 재발률이 낮은 편에 속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생활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 있다. 수술 이후에도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분 섭취를 생활화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변의를 느꼈을 때 참지 않는 습관을 기르고, 장 건강을 해치는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소중한 항문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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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