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인 모를 복통과 빈혈, ‘소장의 사각지대’를 주목하라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이홍섭 교수

▲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이홍섭 교수
수년간 원인 모를 어지러움과 복통에 시달려온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위·대장 내시경과 복부 CT 촬영을 반복해도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고, 결국 빈혈약 처방만 받으며 고통을 견디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위와 대장 사이, 약 6~7m에 달하는 ‘진단의 사각지대’ 소장에 병변이 숨어 있을 경우 일반적인 검사로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

소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긴 장기이자 복잡하게 꼬여 있어 내시경 접근이 매우 까다로운 부위이다. 특히 만성 염증성 질환인 크론병 환자의 약 30%는 병변이 소장에만 발생하는데, 이를 발견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지면 장이 좁아지는 협착이나 출혈, 누공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과거에는 소장 질환이 의심되어도 영상 검사를 통한 추정에 의존하거나, 개복 수술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전은 이제 소장을 직접 관찰하고 치료하는 시대를 열었다. 그 중심에 바로 ‘캡슐 내시경’과 ‘이중 풍선 소장 내시경’이 있다.

진단의 첫 단추는 알약 크기의 카메라를 삼키는 캡슐 내시경이 꿴다. 환자의 거부감이 적고 소장 전체를 훑어보며 이상 부위를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캡슐 내시경은 눈으로 보기만 할 뿐, 직접 조직을 떼어내거나 치료를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완벽하게 보완하는 것이 ‘이중 풍선 소장 내시경’이다. 내시경과 보조관(오버튜브) 끝에 장착된 두 개의 풍선을 교대로 부풀려 소장을 주름잡듯 당기며 깊숙이 진입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의 도입으로 소장 깊은 곳의 병변에 대한 ▲정밀 조직검사 ▲출혈 부위 지혈 ▲좁아진 부위를 넓히는 풍선 확장술 ▲체내 이물질 제거 등이 가능해졌다. 캡슐 내시경이 진단의 시작이라면, 이중 풍선 소장 내시경은 ‘치료의 완성’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원인 불명의 복통, 빈혈, 체중 감소가 지속된다면 이제는 소장에 숨은 신호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진단의 사각지대에 가려져 있던 소장 질환도 이제는 직접 보고 치료할 수 있는 ‘정밀 의료’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막연한 공포보다는 적극적인 검사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건강한 일상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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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