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기억 사라지는 ‘블랙아웃’, 알코올성 치매의 경고등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잦은 음주 후 ‘필름이 끊기는’ 현상, 즉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술에 취해 일시적으로 벌어진 일로 치부하기 쉽지만, 이는 뇌 건강에 심각한 적신호일 수 있다. 반복되는 블랙아웃은 알코올성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성 치매는 만성적인 과도한 음주로 인해 뇌가 손상돼 발생하는 치매의 한 종류이다. 알코올은 뇌신경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고, 신경 전달 물질의 균형을 깨뜨려 인지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손상되기 쉽다.

블랙아웃은 뇌의 해마 기능에 일시적인 장애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술을 마시는 동안 새로운 정보를 뇌에 저장하는 과정이 차단돼, 술이 깬 후에도 그 시간의 기억을 떠올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뇌가 알코올의 독성 물질에 의해 ‘기억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일종의 방어 기제로 볼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등 일반적인 퇴행성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며 언어 능력 저하, 공간 지각 능력 상실 등 다양한 인지 기능 문제가 나타난다. 반면, 알코올성 치매는 기억력 장애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오래된 과거의 기억은 비교적 잘 유지되지만, 최근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작화증’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화증은 기억의 빈 부분을 실제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로 채워 넣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제 술 마신 후에 뭐 했어?”라고 물으면,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바닷가를 걸었다”와 같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진짜처럼 말하는 것이다. 이는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뇌 기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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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성 치매의 증상으로는 ▲술을 마신 다음 날, 어제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술을 마신 다음 날, 구변 사람들에게 어젯밤 행적을 묻는다 ▲술을 끊거나 줄이면 불안감, 불면증, 손떨림 등의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음주 후 가족이나 지인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기억하지 못해 잦은 다툼이 발생한다 ▲술을 마시고 난 후 갑자기 난폭해지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등이다.

알코올성 치매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법은 완전한 금주이다. 알코올성 치매는 초기 단계에서 금주를 하면 뇌 기능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금주 실천이 중요하다. 금단 증상으로 인해 혼자서 금주가 어렵다면 병원의 도움을 받아 약물 치료나 심리 상담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음주는 우리 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뇌 건강을 위해서라면 건강한 음주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술자리에서 ‘한 잔 더’를 외치기보다, 나의 뇌를 위해 ‘이쯤에서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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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