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더위에 에어컨 사용이 잦아지면서 여름철에도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몸살, 두통, 고열, 피로,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흔히 감기로 생각해 감기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감기약을 먹어도 도통 낫지 않는다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레지오넬라증이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물에서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더운 여름철에 발병률이 증가한다.
레지오넬라균은 하천, 호수, 토양 등의 자연환경을 비롯해 에어컨 냉각탑, 온수시설, 샤워기, 스파·온천·찜질방, 치료용 분무기, 호흡기 치료장치, 가습기, 분수대 등에서 검출된다. 특히 섭씨 20~45도에서 활발하게 번식하는 균 특성상, 따뜻한 물로 채워진 냉각탑이나 응축기는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다.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된 물이 미세 입자 형태로 공기 중에 퍼져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입되면 감염이 발생한다. 다만 사람 간 전파는 이뤄지지 않는다.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 폐렴과 ▲폰티악 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레지오넬라균이 폐에 침투해 중증 폐렴을 유발하는 형태로, 감염 후 2~10일 이내에 고열, 오한, 마른기침, 구토, 설사, 복통, 권태감 등의 증상이 발현된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조기에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반면, 폰티악 열은 감염 후 1~2일 이내에 증상이 발생해 일주일 안에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증상은 레지오넬라 폐렴과 유사하지만 가볍게 나타나며 항생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레지오넬라증은 감기로 오인해 방치하기 쉬운 질환이다. 감기 증세가 3일 이상 지속된다면 레지오넬라균 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폐렴으로 빠르게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이기에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한편 레지오넬라증 예방을 위해서는 시설의 청결한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건물의 냉각탑, 냉온수 급수 시스템, 목욕탕 욕조수, 분수대 등은 주기적으로 세척·소독하고 수질 검사를 꼼꼼히 해야 한다. '레지오넬라균 환경관리지침'에 따라 병원, 요양원, 호텔 등은 정기 점검 및 소독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에어컨, 가습기 필터 정기 교체, 샤워기 헤드 청소, 냉온수기 청결 유지 등을 통해 레지오넬라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2000년 우리나라에서 제 3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폐렴으로 발전하면 치사율이 20%에 달할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시설 관리 등을 통해 미리 예방하고, 의심 증상 발현 시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레지오넬라균의 활동성이 증가하는 여름철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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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