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눈의 날’이다. 우리 눈은 고성능 센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망막 덕분에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망막은 ‘그물을 이룬 막’이라는 이름처럼 1억 개 이상의 세포가 얽혀 빛을 인지하고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뇌로 전달하는 매우 정교하고 중요한 조직이다.
하지만 고도근시를 가졌다면 이 망막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고도근시는 망막 구조에 변화를 일으켜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근시 유병률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근시는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보다 앞에 초점이 맺혀 멀리 있는 물체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안경 도수를 나타내는 디옵터(diopter)가 -6 이상이거나, 안구 길이가 26mm 이상일 때부터 고도근시로 분류된다.
문제는 안구가 앞뒤로 심하게 길어지는 경우이다. 굴절력에만 문제가 있다면 안경이나 렌즈로 교정이 가능하지만, 안구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 망막은 물론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까지 영향을 받게 되어 병적인 시력 이상(황반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이는 마치 풍선을 크게 불수록 표면이 얇아지고 터지기 쉬워지는 것과 같다. 안구가 늘어나면서 망막이 얇아지고 약해져 손상이나 노화에 매우 취약해지는 것이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 황반변성의 한 종류로 볼 수 있지만, 주로 고령층에 발생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과는 원인과 진행 양상이 다르다.
고도근시로 인한 안구 확장은 근시성 신생혈관, 망막층간분리, 시신경 뒤틀림과 같은 심각한 망막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안구가 확장되며 망막 외측 조직에 틈이 생기고, 이 틈 사이로 새로운 비정상적인 작은 혈관이 자라나는 근시성 신생혈관은 출혈이나 삼출물을 발생시켜 시력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다. 시간이 지나 혈관이 퇴행하면 망막 중심부에 큰 위축이 발생하며 시야 한가운데가 보이지 않는 중심 암점이 생길 수도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며, 주로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억제제 주사로 치료한다.
망막층간분리는 안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세포 조직이 따라가지 못하면 망막을 이루는 세포층들이 서로 분리되는 것이다. 이 증상이 황반 중심부를 침범하면 시력이 저하되고, 더 심해지면 망막 가운데에 구멍(황반원공)이 생겨 결국에는 망막 조직이 제자리에서 떨어지는 망막박리로 진행될 수 있다. 시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진행될 경우, 갈라지거나 떨어진 망막 조직을 다시 붙여주는 고난이도 수술이 필요하다.
시신경 뒤틀림은 안구 뒤쪽이 늘어나면서 시신경 연결 부위(시신경유두)가 변형되어 시신경 연결에 문제를 일으키고 시야 장애로, 시신경을 보호하고 시야 장애를 예방하는 안압하강제를 투여하여 치료한다.
이러한 병변은 주로 40대 이상에서 발생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안구 길이 증가 등 구조적 변화가 멈추지 않고 오랫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분들은 40~50대에 괜찮더라도 60~70대에 황반병증이 새롭게 발생할 수 있어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안구의 비정상적인 확장 자체를 막는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신생혈관, 망막층간분리 등 안구 확장으로 인해 발생한 이차적인 합병증은 주사나 수술을 통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고도근시 환자는 시력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소 6개월마다 전문의에게 망막단층촬영(OCT) 및 안저 검사를 받아 망막 상태를 확인하고, 1년에 한 번 정도 안구 길이 검사를 통해 증가 양상을 관찰하는 것이 좋다.
다만, 갑자기 시야의 한가운데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거나 깜깜해지는 중심 시력 저하가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망막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먼지나 작은 벌레가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 눈앞이 번쩍거리는 광시증 등도 망막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망막은 얇은 신경막으로, 아주 작은 구조적·기능적 변화만으로도 시력과 시기능에 큰 장애를 가져와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도근시 외에도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박리 등 다양한 망막 질환이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지만, 의료 기술의 발달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졌다.
눈이 두 개이기 때문에 한쪽에 질환이 발생해도 본인도 모르는 사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 소중한 시력을 오래도록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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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