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원장의 부부상담① 신혼부부의 갈등과 해결책

도움말: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결혼식장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큰 목소리로 영원을 약속하고, 아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축하와 박수를 받는다. 바로 신랑과 신부다. 혼인 서약을 마치고 손을 잡고 퇴장하는 부부의 마음속은 상대방을 다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음이 틀림없다.

신혼이라는 것은 참으로 설렌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집에 살며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언제나 옆에 있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부부가 신혼의 달콤함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신혼부부들이 호소하는 결혼생활의 어려움은 다양하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결혼했더니 배우자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불평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었는데 함께 살아보니 문제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제 남편은 결혼 후 바뀔 줄 알았는데, 여전히 원가족들을 너무 많이 챙겨요. 저랑 결혼한 게 아니라 지금도 시어머니와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아내가 친구를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결혼했으면 술을 조금만 마시고 집에 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2차까지 가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3차까지 간다길래 전화로 크게 싸웠고, 집에 와서도 새벽까지 다퉜어요."

과연 상대방은 결혼 후 달라진 걸까? 오히려 상대방은 그대로일 수 있다. 내가 미처 발견 못했던(혹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단점들이 하나씩 눈에 띄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게다가 한 공간에서 매일 함께 지내면 불편한 것들이 훨씬 크게 다가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부들이 다툴 때 꼭 등장하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성격이 너무 다르다'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성격이 너무 달라서, 혹은 성격이 반대편에 있기에 다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들 부부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당신과 성격이 비슷한 사람은 당신 외에는 없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자신의 성격을 본떠 만든(그럴 수 있다면) 이성과 함께 살더라도 성격 차이를 이유로 삼아 다투는 것이 부부다.

반면 사이좋은 부부는 서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성격의 차이라는 것이 다툼의 이유이기보다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큰 장점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배우자와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면 상대방이 가진 성격을 이해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스스로 질문해 봤으면 한다. 상대의 단점을 짚어 내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배우자가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삶의 궤적을 떠올리며 그 안에서 배우자를 이해하려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남편과 아내 중 누가 먼저 시작해도 괜찮다. 내가 먼저 상대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면 상대방 또한 같은 노력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회복은 한 사람이 먼저 변화를 시작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결혼이라는 것은 각자의 삶을 사는 두 사람이 그저 한 공간에 사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상대방을 챙기고 배려하며 부부로서 또 다른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의 과정이다. 주변이나 TV에서 행복하게 사는 부부를 떠올려 보자. 이들은 성격이 비슷하기에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가진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기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배우자에게, 당신이 가진 모습을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겠다고 먼저 이야기해도 괜찮다. 그런 이야기를 해 주기 기다려 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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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