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위해”... 자궁경부암 백신 줄 서는 남성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발생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자궁경부암은 전체 여성암의 9% 정도를 차지하며 사망률 2위로 여성에게 치명적인 암이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는 성접촉으로 인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인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예방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그러나 HPV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남녀 모두 생식기 사마귀, 구인두암, 항문암, 외음부암, 음경암, 두경부 종양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관련 질환 예방을 위해 남성도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

주로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며 감염된 후에는 예방 효과가 없기 때문에 미리 백신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이 HPV에 감염되면 성관계를 통해 여성에게 전파할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HPV 백신을 맞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HPV 백신이 남성에게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안정적인 예방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단, 남성의 경우 현재 만 9살에서 만 15살 사이의 청소년에게 권장되며, 만 26살 미만까지만 접종 가능하다. 여성은 만 9살부터 26살까지 성접촉이 시작되기 전에 접종해야 예방 효과를 높인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며, 치료 효과는 없다. 백신을 통해 자궁경부암의 약 70%에 대한 방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것이 자궁경부암을 ‘예방접종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감염 전 예방 접종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최근 HPV 백신 접종을 한 남성 최모(27) 씨는 “보통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은 여성들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잘못된 정보란 걸 깨달았다”며 백신 접종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남성들도 함께 백신을 맞아 미리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씨와 같이 HPV 백신 예방 접종을 하는 남성들은 점차 늘고 있다. 정보 습득과 인식의 변화가 만들어낸 순기능으로 풀이되며, 자신과 배우자의 건강을 위함이다.

HPV 백신 예방 접종은 현재 국내에서는 만 12세 여아에게 무료로 지원해 주고 있는데,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만 17세 이하로 지원 대상을 넓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높은 비용으로 인해 접종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 확대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을 포함한 40개국에서는 여아는 물론 남아까지 HPV 백신을 국가 필수 예방 접종에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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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