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먼저, 자기 자신에게 좋은 나 되기

도움말: 열린사랑의원 김경수 원장

▲ 김경수 열린사랑의원 원장 

여인은 넷째 며느리임에도 세 명의 형님들이 섬기지 않는 부모님을 정성껏 섬겼다. 그리고 치킨가게를 하면서 남편과 돈벌이를 하며 생계를 꾸리는 일에도 열심을 다 했다. 그렇게 여인은 아내로서, 엄마로서 빈틈없는 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러다가 2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땅바닥에 떨어져 앞니 4개가 다 나가버린 상해를 입었다. 그로부터 10년 뒤부터 서서히 손발이 시리고 아프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땀이 쏟아지면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였다. 위장기능도 안 좋아지면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하게 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급기야 턱관절이 틀어져서 말도 못 하고 개구마저 되질 않아 구강내과에 1년을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대학병원에서 신경전도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다 해도 결과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수족냉증 또는 말초신경염이란 진단 하에 어떠한 약물치료를 받아도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필자의 병원을 찾았고, 그 발병의 시작이 교통사고로 앞니를 다친 것에서 시작돼 턱관절 장애로 인해 전신 신경계가 무너져 말초신경염과 자율신경실조가 온 것임을 설명했다. 이에 치료법으로 틀어진 구조를 잡아 교란된 신경계를 바로잡아 주는 구조적인 접근을 알렸다.

신경염과 신경통은 수액요법과 해독요법으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기능적 치료를 설명했다. 다한증으로 인한 탈수로 전신 근육, 특히 척추 주변 다열근이 섬유화돼 척수신경, 자율신경, 말초신경이 포착되어 오는 혈행장애가 신경염을 더 가중시키고 소화장애로 인해 영양흡수는 안돼 세포들이 고갈되니 염증은 더욱 부추겨지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자신의 삶을 즐기는 마음의 여유와 관조가 있는 삶을 살아왔다면 질병은 그리 쉽게 오지 않았을 터이다. 여인은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에 가정의 생계까지 책임지며 가장 역할까지 해내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적인 삶을 살아온 것이다.

사슴을 예로 들어보자. 배고픈 사자가 어린 사슴을 공격하면 사슴은 생존을 위해 모든 생체기능이 도망가는 모드로 바뀌어서 근육에 힘을 주어 도망을 가야만이 생존할 수 있다. 사자가 배부르게 되면 사슴은 도망모드를 멈추고 햇빛이 내리쬐는 풀밭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고 소화를 시키고 한가로이 낮잠도 자야만이 생존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여인은 항상 이런 역할 저런 역할을 다 해내느라 쫓기는 도망모드로 전철된 삶을 살다보니 이제는 그것이 생활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를 쫓아오는 사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몸은 여전히 도망모드 시스템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증상들이 어떠한 치료나 약물에도 개선이 되질 않는 것이다.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퍼즐을 맞춰 주고 궁극에는 내면에 저장돼있는 수치심과 두려움, 죄의식, 분노 등의 감정들이 에너지체로 저장돼 육체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 정보와 에너지를 정화하는 작업들이 이 여인의 치료에 필수적인 치료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퍼즐들을 하나씩 맞춰가다 보면 몸은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 갈 수 있게 된다.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두려움, 죄책감, 억울함, 수치심의 기억들을 끄집어내면서 상처입은 어린 영혼을 떠나보내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고 화해하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을 회복해 환자는 서서히 증상이 개선돼 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쫓아오는 사자가 없다’고 안전하다는 인식과 내 마음에 평화와 기쁨과 사랑을 발견하며 그것이 본래 자신의 참모습임을 깨닫는 것이 치유에 있어서 가장 핵심임을 알게 되는 날까지 치료는 계속된다.

필자의 자연통합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분의 의식과 마음이라고 본다. 의사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질병은 내가 살아온 생활습관의 결과물이다. 근골격이 어떻게 되어 있고 어떠한 자세로 앉고 걷고 서는지 등의 구조적인 문제, 건강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균형있게 먹었는지 소화기능은 좋은지 등의 기능적 문제 등을 다 검토해야 한다.

이 구조와 기능을 지배하는 것이 내가 어떠한 의식과 마음으로 살아왔는가이다. 내가 누구이고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현재의 나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식의 습관이다.

모든 것은 보이는 물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에너지체, 보이지 않는 정보체로 이렇게 세가지 요소로 구성되어있다. 컴퓨터를 예를 들면 컴퓨터라는 본체가 있고 본체에 들어있는 정보체가 있고 이것이 가동되기 위해서 전기라는 에너지체가 연결돼야 한다.

인체도 마찬가지로 보이는 육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에너지체, 보이지 않는 정보체로 구성돼 있다. 보이지 않는 정보가 에너지체를 만들고 그 에너지가 보이는 육체를 형성한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젖소라는 시스템에서는 젖소가 먹은 물은 우유가 되고 독사라는 시스템에서는 독사가 먹은 물은 독이 되는 것이다. 나를 가동시키는 의식체계에 의해서 나라는 현재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때때로 몸에서 신호를 보냈을 때 그때 나의 영혼은 나에게 메시지를 들려주는 것이다. 몸이 내게 들려주는 소리를 간과하지 말고 수시로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주자.

좋은 엄마, 좋은 아빠, 좋은 딸과 아들, 좋은 며느리와 사위, 좋은 직장인이 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좋은 나’가 되어 주자. 그러면 건강과 행복은 선물로 주어지고 그로부터 가정과 사회가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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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