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은 학대이자 폭력”... 선한 마음 교묘히 이용하는 악랄한 者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내가 조금 더 참아야지.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괜찮아질 거야. 내가 더 잘하면 될 거야”

누군가의 선한 마음을 교묘히 이용하는 자가 있다. 상대방을 심리적 조작을 통해 지배하고 조종함으로써 괴롭히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일종의 정신적 학대이자 폭력이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연인, 부부, 부모 자녀 관계, 직장동료 등 가까운 사이에서 나타난다.

가해자들은 상대의 공감 능력을 이용해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하며, 상황 조작을 통해 상대방의 자아를 흔들어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 쌓이는 시간만큼 상대방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꼭두각시로 만들게 된다.

상대방의 의견이나 기억, 생각, 감정 등을 철저히 무시거나 하찮게 여기는 가해자는 본인의 불리한 상황은 부인하곤 한다. 그러면서 점점 상대방의 자존감을 낮추고 가해자 본인의 생각에 동조하게 만들며 상대방의 모든 것을 지배하려 한다.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스라이팅은 심리적 학대”라며 “학대이기 때문에 폭력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라이팅의 시작은 친밀한 관계에서 시작한다”며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면 상대의 변화를 바라지 말고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스라이팅은 특히 직장내에서 빈번히 발생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네이버 소속 40대 남자 직원 A씨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네이버 지도 부서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진 해당 직원은 ‘직장내 괴롭힘과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쏟아진 폭로 글에 의하면 A씨는 ‘기합과 폭언을 경험하는 등 괴롭힘을 받았다’,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조직 내 갑질을 당했다’고 전해졌다.

이처럼 직장 내에 만연한 가스라이팅을 이용한 괴롭힘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리더쉽이라는 미명하에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피드백은 자존감을 상실하게 하고 정체성을 흔들어 놓으며, 자신감을 사라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암초에 걸린 유조선은 엄청난 양의 기름을 흘리며 바다를 오염시키고 유조선은 점차 가라앉게 된다. 가스라이팅은 당하는 이에게는 암초와 같은 것이다. 자신감이 바닥나고 자존감이 증발해 점점 무기력해지고 고꾸라지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의 기름이 바다를 휘감듯, 당하는 이의 삶은 검게 물들고 집단을 황폐하게 한다.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고 의심된다면, 객관적으로 자각하고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의 10개의 체크리스트 항목 중 자신은 몇 개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자.

1.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했는데 “예민하다” “과민반응한다”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2. 나는 말하기 전에 상대가 잘못 받아들일까봐 많은 생각을 한다
3.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상대의 의견을 묻지않고 진행하면 불안하다
4. 상대와 보내는 시간동안 나는 하찮거나 부끄럽게 느껴진다
5. 상대와 만난 후 나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6.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사과한 적이 있다
7. 상대가 내 의견이나 감정에 무조건적으로 반박한다
8. 상대가 친절하게 대해주다가도 갑자기 돌변해 무정하게 군다
9. 사랑 또는 염려하니까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상대의 의견을 관철시킨다
10. 나는 주변 사람에게 상대를 좋게 포장하거나 나쁜 점은 변명한다

어떤 관계에서든 자신을 괴롭히는 누군가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존중은 상호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상대방이 그렇지 않을 때는 반드시 해결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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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